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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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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6 22:53:14, Hit : 1254, Vote : 127)

제 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 남북한 전력 차이 설명하는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이 2005년

11월 1일 워싱턴 국방부에서 위성으로 찍은 한반도의 야간 불빛 사진
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남북한의 전력 발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

* 아침 이슬 - 노래 : 양희은 *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詩  ***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註 : 이상화(李相和, 1900~1943)
              호는 상화(尙火). 대구출생
              경성중학 3년 수료(1917)

        초기에는 '백조'그룹 등과 함께  '나의 침실로'와 같은
       탐미적 경향의 시를 썼으나,
        1924년 경을 고비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와 같은
       식민지하의 민족 현실을 바탕으로 한 저항 정신과 향토적
       세계를 노래했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 운동에 관련된 혐의로 여러차례 감옥
       생활을 하였다.

        백기만이 엮은 '상화(尙火)와 고월(古月)'에 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대표작에는 1926년 6월,'개벽'70호에 발표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가상(街相)'등이 있다.